공항 클럽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다루면서 매번 뻔한 옷차림만 늘어놓는 룩북들을 보면 한심할 지경이다. 대부분이 단순히 화려함이나 노출에만 집착하는데 이건 공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접근이다. 공항이라는 장소는 이동의 연속이고, 그 안에서 클럽으로 진입하는 동선은 예상보다 길다. 즉, 이동성과 화려함이라는 모순된 가치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핵심인데 이걸 무시한 룩북은 그냥 옷 입히기 놀이에 불과하다.
특히 소재 선택의 오류가 심각하다. 조명 아래서 빛나는 소재가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공항 내부의 냉방 시스템과 클럽의 고온다습한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통기성이 제로인 합성 피혁이나 땀 흡수가 전혀 안 되는 저가형 스팽글 소재를 입고 이동하는 건 자해 행위에 가깝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겉옷은 기능성 소재를 선택하고 내부 의상에서 시각적 충격을 주는 층 레이어링 전략이 유일한 정답이다.
신발 선택은 더 가관이다. 굽 높이에만 매몰되어 보행 효율을 완전히 포기한 코디가 너무 많다. 공항 내의 바닥 재질과 클럽의 끈적이는 바닥 상태를 고려했을 때, 굽의 넓이와 지지력이 확보되지 않은 신발은 패션이 아니라 사고 대기 상태일 뿐이다. 팩트를 말하자면, 발목이 꺾인 상태로 클럽에 입장하는 모습은 그 어떤 화려한 의상으로도 가릴 수 없는 추태다. 실용성이 결여된 미학은 그냥 허세일 뿐이다.
사실 제가 직접 옷을 입어드리는 건 귀찮고 관심 없습니다. 그냥 옆에서 누가 잘못 입고 와서 쩔쩔매는 걸 보는 게 훨씬 흥미롭거든요. 다만 룩북을 참고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물리적 상식은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기능과 심미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옷차림이 과연 세련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무지한 것인지 여러분이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팝콘이나 씹으며 다음 희생자의 옷차림을 구경하겠습니다.